역사를 통해 알아 보는 리더십 이야기 1
예나 지금이나 소통은 관계의 시작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사회로 나아갈수록 소통의 범위는 커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가정만 하더라도 부부나 부모자식 사이에서 소통이 어려워 갈등을 빚어내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사회 속 조직으로 갈수록 소통해야 할 사람들은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소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이자 사명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기보다 모두를 위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세종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을까? 세종은 훌륭한 인재라면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등용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황희, 맹사성 등 정승들을 발탁하였고, 관노인 장영실에게 종3품을 내려 과학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였다. 통합을 큰 그림으로 본다면, 소통이 전략이었고 용인술이 전술이었다. 또한, 신하들의 의견을 묻고 들어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경연에서 자신의 말을 최소화하며 신하의 말에 귀기울이고 신하들과 의논하면서 토론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이렇게 소통은 통합을 위한 준비 단계로서 다양한 대상을 하나로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
"임금으로 있으면서 백성이 굶어 죽는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조세를 징수하는 것은 진실로 차마 못할 일이다." - [세종실록] 中에서 -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과 같이 세종은 국왕으로 해야할 일은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굶주리는 백성을 구제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는 세종의 언명이 있었다. 이 말이 [세종실록]에서 원문으로 8번이 나왔으며 수령에게 농사를 권장할 때나 사간원에서 상소를 올릴 때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한, 세종은 농민을 위해 [농사직설]을 만들어 반포하였고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평안하게 만드는 일에 힘썼다. 백성을 위한 조세제도로 토지 비옥도와 풍흉에 따라 전분 6등법, 연분 9등법을 정했다. 무엇보다 공법 제정을 위해 찬반을 가리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전국적으로 모든 백성들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였다. 조선 인구 중 세금과 부역의무를 져야 하는 사람들이 5개월에 달하는 여론조사에 참여했다는 것에 개혁의 의의가 있었으며 백성의 삶을 공감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왕은 백성들의 삶을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세종은 이들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닐까.
세종시대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으로 존중받았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주력하였다. 요즘 같은 초고령화사회에서 세종의 복지정책은 눈여겨 볼 만하다. 세종은 노인 공경 정치로 노인들의 삶을 보호하고 배려하였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관례에 따른 양로연을 베풀었고 90세 이상 노인에게 관직과 봉작을 제수하였다. 천인의 경우 90세가 되면 남녀 모두 쌀 2석을 내렸다. 특히 100세 이상인 경우 남녀 모두 천인을 면해주고 남자에게 7품, 여자에게 봉작을 주어 늙은이를 늙은이로 여기는 어짊을 베풀었다. 또한,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재위 16년 한여름에 궁궐에서 사용하는 얼음을 활인원에 보내 열병을 앓는 사람들을 치료하게 하였고 재판을 신속히 진행했다. 이는 병자와 죄수까지도 보호의 대상으로 여겼다. 약자를 위한 배려로 관노 출산휴가제를 도입하였다. 세종시대 이전에는 산모 휴가가 산후 7일이었으나, 세종은 출산 전후 100일로 늘렸으며 여종의 남편에게도 30일 산간 휴가를 주었다.
금주령 또한 약자의 편에 서서 금주기간이라도 가족행사가 있거나 늙고 병든 사람이 약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는 처벌하지 말라고 하였다. 아울러 세종은 백성에게 누명을 씌운 관리는 엄벌에 처하고 왕에게 험담한 백성은 용서라고 했다. 이 모든 정책의 기반에 애민정신이 없다면 생각지도 못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통합 경영을 위해 세종은 소통으로 문을 열고 공감으로 상황을 헤아려 백성에게 감동을 전하는 지도자로 성장하였다. 세종의 업적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글창제 역시 백성들이 문자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타인의 삶을 미력하게나마 공감하며 감동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사를 거듭해가며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혁신과 창조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정책은 과거에 존재하고 있었을 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역사를 거울 삼아 감동을 전달하는 지도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