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People
A. 집시의 테이블은 월드뮤직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음악극이에요. 히트곡 몇 곡 부르고 간간이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전개되는 정형화된 콘서트는 하기 싫더라고요. 가수는 음악을 도구로 하는 스토리텔러인데, 정작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선택한 게 음악극이죠.
A. 감사했지만 너무 그러시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웃음) 익숙한 멜로디의 대중가요보다는 제3세계의 낯선 소리로 만든 월드뮤직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절 보고, 지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죠. ‘이걸 안 하면 제가 못 견뎌요!’라고요. 노래하고 농담하고, 노래하고 삼겹살 먹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떠났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음악이 제 세계관을 바꿔 놨지요. 제 음악을 통해 다른 분들도 배낭여행 같은 자유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어요. 오늘 제 이야기가 이베스트투자증권 가족들에게 미미하더라도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A. 아이 손에 쥐여준 기타의 기적을 믿거든요. 나미비아에서 힘바족 아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세상에나, 노래를 진짜 잘하더라고요. 어떤 아이는 우쿨렐레를 건넸더니 바로 연주하기도 했어요. 그 음악적 재능에, 눈부시게 빛나던 표정에 깜짝 놀랐죠.
그리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 음식뿐 아니라 손에 쥐여주는 기타 하나, 피리 한 자루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보낸 기타로 데뷔한 친구도 있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와 음악을 매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뭐,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형의 마음으로 생각하니 그렇더라고요.
A. ‘바오밥나무’, ‘세렝게티에 비가 오네’ 등 아프리카 현지에서 만든 음악들로 채웠죠. 기아와 분쟁, 가난 등 온갖 부정적 편견을 안고 도착한 아프리카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한참 눈물을 흘렸어요. 죽어가면서도 노래 부르고 비참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서 바닥을 치고 오르는 에너지를 느꼈거든요. ‘주변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삶의 방향성이 더 확고해진 것 같아요.
A. 제게 해지는 아프리카란 집으로 가는 시간이에요. 서울에서 해 지는 시간은 한창 일할 때이거나, 왠지 모를 쓸쓸함을 상징하는 시간이잖아요. 아프리카에선 해가 져야 저녁을 먹으니 일제히 집으로 돌아가는 광경이 펼쳐져요. 해가 지는 게 이 사람들의 삶에는 축복이구나, 생각했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삶의 터전에서 오히려 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해가 지고 돌아갈 곳이 있는 풍경, 잊고 살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어요.
A. 진한 아날로그 감성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붙인 곡이죠. 산뜻한 선율과 포근한 가사, 감성을 깨우는 청량한 음색이 가을 아침 햇살처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참여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A. 사실 제가 음반을 안 내서 그렇지 만들어놓은 노래는 많아요. 늘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니까요.(웃음) 아프리카적 관점에서 보면 음반은 발표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나 자기가 만든 노래가 있고 다 같이 따라 부르며 즐길 수 있는데, 형식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레인보우 버드’에도 그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어요. 그리스 전통악기인 ‘부주키’와 터키의 목동 피리 ‘카발’에 아코디언, 첼로 등이 더해진 이국적인 앙상블에 귀 기울여보세요~
A. 눈덩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미션 ‘황혼’을 주제로 만든 노래예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승전결을 가진 멜로디 서사로 그렸죠. 멜로디는 제가 만들고, 종신이 형이 가사를 썼어요.
A. 세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저는 프로듀서와 보컬을 맡고 있어요. 종신이 형도 곡도 쓰고 노래도 부르지만, 주로 저를 재촉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웃음) 막내 조정치의 기타 연주는 신치림의 음악을 따뜻한 기운으로 채워줬고요. 저희 셋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어요.
포크나 컨트리의 편안한 감성, 내추럴한 사운드 같은 거죠. 어른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당대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생각에 젖다가, 먼 풍경도 바라보다 다시 자기 마음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노래와 더불어 쉬었다 오는 여행이 되어주길 바라요.
A. 올봄부터 6개월 700시간 과정을 통해 문화기획의 다양한 영역을 실험했어요. 예술가도 기획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믿거든요. 세상이 전부 체계적으로 돌아가는데 예술가들만 거기 녹아들지 못한다면 세상을 향한 불만만 가득해질 수 있잖아요. 상업 시스템 안에서 고민하는 예술가들이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게 되길 바랐어요.
A. 간혹 여러 일을 하다 보면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맞는 말이에요.(웃음) 저는 이 분야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거나, 이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확실한 건, 제가 사랑하는 일이 있고, 그 일에 충분히 빠져 있다는 거죠. 음악이라는 게 12개밖에 안 되는 음과 몇 안 되는 박자를 가지고 만드는 ‘경우의 수’의 조합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유난 떨지 말고 그냥 우리도 즐겁고 듣는 사람도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마냥 진지하기만 했던 예전의 저로서는 상상도 못 했을 개념이죠. 덕분에 1~2년 전부터는 곡도 굉장히 쉽게 쓰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제 수준대로, 제 능력대로 즐겁게 음악하며 살 것 같아요.
A. 작년에 이어 올해도 11월쯤 말라위에 다녀올 예정이에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차츰 무뎌진 감이 있었는데, 우리가 보내준 기타로 음악을 시작해 말라위에서 성공한 아티스트가 된 레베카를 만나고 초심이 되살아났어요. 또, 최근에 후배들과 ‘블루카멜앙상블’이라는 팀을 새로 꾸렸어요. 국악부터 아랍, 발칸 등 월드뮤직까지 자유롭게 연주하는 밴드예요. 익숙한 멜로디를 익숙하지 않은 앙상블로 연주하는 게 팀의 모토죠.(웃음)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공연을 통해 그런 자유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나는 잘살고 있는 걸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속절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겐 어깨를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의 하루는 꽤 괜찮은 삶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