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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쭉 뻗은 은행나무 수백 그루가 노란 꿈길을 그리며 현충사로 인도한다. 늦가을 볕을 받아낸 정도에 따라 푸른빛 사이사이로 단풍이 차츰 시작되는 나무도 있고, 완연한 황금빛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는데, 이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단풍길로 첫손에 꼽히는 아산 곡교천변 은행나무 터널의 길이는 약 2.5㎞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곡교천 북쪽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심은 35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40여 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아름드리 거목이 됐다. 11월 중순이 되면 가로수길 전체가 노랗게 물든다. 천변을 따라 이어진 수변데크 곳곳엔 쉼터와 전망대도 있어, 청량한 강바람 속에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 제격이다.
아산시는 곡교천 주변에 21만여 본의 대규모 꽃잔디 단지도 조성하고, 충무교엔 꽃벽도 설치했다. 가을을 맞아 아산시농업기술센터가 곡교천 둔치 약 6ha에 코스모스와 국화단지를 조성해 꽉 찬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연꽃단지와 갈대 호수 위의 오리들이 장관을 이루는 신정호 관광지도 꼭 들러보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호수 주변에 야외음악당과 음악분수,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호숫가를 걷는 내내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에 물소리가 어우러져 발걸음도 가볍다.
최근 개장한 자전거 대여소도 여행자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아산시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온양온천역과 신정호 관광지에 무료 공영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곡교천에 새로 개설한 자전거 전용도로 14km 구간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은행나무길 자전거 대여소’까지 개장했다. 은행나무길 자전거 대여소에는 생활용 MTB, 여성용, 아동용, 커플자전거 등 총 200여 대의 자전거가 배치됐으며,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지참한 시민과 외지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종소리 은은한 평온의 땅 아산에는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공세리성당이 있다. 120년 순교 역사를 품은 건물 곳곳에 묵직한 시간의 깊이가 묻어나는데, 일부러 짬을 내 찾아가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나온 고딕 양식의 본당은 물론이고 성당 뒤 ‘십자가의 길’도 꼭 한번 걸어봐야 한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14개의 조형물로 새겨져 있는데,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가 속세의 일상처럼 생생해 우리네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공세리성당에서 국도를 타고 송악 방면으로 가다 보면 천년사찰 봉곡사 소나무숲길에 닿는다. 울창한 소나무마다 시간의 흔적을 한가득 이고 있는 비밀스러운 사색의 공간이다. 툭툭 상수리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울 정도로 고요한 숲에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흩어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숲길 끝에 있는 봉곡사 대웅전의 고운 단청이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공세리성당에서 봉곡사까지 이어진 도로에는 그 유명한 외암민속마을이 있다. 용인 한국민속촌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초가지붕과 이끼가 낀 나지막한 돌담을 돌다 보면 마을의 역사를 쉬 짐작할 수 있다. 500년 전 이 마을에 자리 잡은 예안 이씨 일가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집집이 쌓은 담장 길이를 합하면 모두 5,300m나 된다. 예스러운 풍경과 오래된 나무의 단풍이 어울려 고풍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다.
한때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의 메카로 이름을 날렸던 아산에는 물 좋은 온천도 즐비하다. 온양온천은 조선 태조를 비롯해 여러 왕이 즐겨 찾았을 정도로 유서가 깊고, 도고온천도 신라 때부터 약수온천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세차게 달려오느라 달뜬 마음을 눌러줄 고요한 숲길을 걷고 나서 온천에 몸 담갔다 일어서면, 묵은 앙금을 털어내고 다시 새 일상을 준비할 힘이 생길 것이다.
+ 아산 여행 안내
현충사: 아산시 염치읍 현충사길 126
신정호 관광지: 아산시 신정로 506
공세리성당: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봉곡사: 아산시 송악면 도송로632번길 138
외암민속마을: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아산시 도고면 도고온천로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