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팀 염동찬 연구원
동유럽 주식시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가장 시가총액이 큰 러시아는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2%이며 순위는 19위에 해당한다. 러시아를 제외한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합친 시가총액은 전세계의 0.3%수준이며, 4개 국가를 합쳐도 한국(11위, 1.95%)에 미치지 못한다.
시가총액 규모가 비슷한 국가로는 선진국의 이탈리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같은 유럽 국가들이 있고, 이머징 국가에는 남아공, 아르헨티나, 베트남 등이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동유럽 4개국은 시가총액이 유사한 다른 선진국/이머징 국가에 비해 GDP 대비 시가총액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비슷한 규모의 선진국/이머징 국가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라는 의미이다.
각 국가별 대표지수는 러시아의 MICEX(Moscow Interbank Currency Exchange) 지수와 RTS(Russia Trading System) 지수, 폴란드의 WIG(Warsaw Stock Exchange Index) 지수, 체코의 PX(Pragure Stock Exchange Index) 지수, 헝가리의 BUX (Budapest Stock Exchange Index) 지수가 있다. 각 지수는 포함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이나 주식수 산정 방법 등에서 모두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 두 개의 대표지수를 사용하고 있다. 각 지수의 개괄적인 특징을 다음 페이지에 정리했다.
러시아의 대표지수는 MICEX 지수와 RTS 지수 두 가지이다. MICEX와 RTS는 원래 다른 기관이었지만, 2011년에 모스크바 거래소라는 이름으로 합병되었다. 대표지수인 MICEX와 RTS에 포함되는 종목과 비중은 동일하지만, MICEX는 루블화 기준으로, RTS는 달러화 기준으로 작성된다는 차이를 가진다.
2014년 하반기에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지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경우 유가 약세와 루플화 약세라는 타격을 동시에 받았는데, 특히 달러화 기준으로 작성되는 RTS 지수의 경우 2014년 하반기부터 약세 흐름을 보였다. 반면 MICEX지수의 경우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는데, 루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수출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때문에, 2014년까지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MICEX와 RTS 지수는 2014년부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다만 2016년 이후 유가가 안정을 찾고 루블화 가치 역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두 지수는 다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별 비중을 살펴보면, 에너지, 소재, 금융 업종 비중이 85%에 달한다. 이는 자원 수출형 이머징 국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정부 주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 유틸리티 등의 비중 역시 높지만, 기술 집약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IT와 헬스케어의 낮은 비중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산업재 업종의 비중이 낮은 점도 특징적이다. 러시아하면 전투기나 방산업체를 떠올리기 쉽지만, 해당 업체들은 모두 비상장 상태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로스보로네스포트나 항공기 제조업체인 로스테흐놀로기야 같은 국영기업들은 모두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람코처럼 향후 상장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폴란드 대표지수인 바르샤바 주가지수(WIG)는 다른 3개국과 달리 유동 주식수가 아닌 발행 주식수를 기준으로 산정되고, 상장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작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KOSPI와 유사한 지수산정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유럽 주요 대표지수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의 유동 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는 점과 차이가 존재한다. 업종별로는 금융 업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과반수 이상이 금융 업종이며,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3을 넘는다.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가 폴란드 주식시장에도 상장되어 있으나, WIG 지수를 계산할 때 반영되지는 않는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는 금융 업종 이외에 에너지 업종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석유 제품 정제 사업과 주유소를 운용하는 폴스키 콘체른 나프토비 오를렌과 가스 연료를 생산하고 가스 저장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폴스키에 고르니츠트보 나프토베 이 가조브니츠트보기 대표적이다.
폴란드 주식시장의 다른 특징은, 시가총액 비중과는 별개로 산업재 종목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위치한 산업재 종목은 하나도 없지만, 전체 상장 종목수의 1/4에 가까운 종목이 산업재 업종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건설업체인 부디멕스와 PBG, 철도서비스 업체 PKP카고, 광산용 기계 장비 생산업체인 Famur 등이 폴란드의 대표적인 산업재 기업이다.
체코 대표지수인 프라하 주가지수(PX)는 구성 종목의 수를 정하지 않고, 기준을 만족하는 모든 종목을 지수에 편입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수 편입 기준은 1)시가총액 50억 크라운(원화 기준 약 2,200억원), 2)일평균 거래대금 2백만 크라운(약 9천만원) 이상, 3)상장 이후 6개월 이상 경과된 종목 등이 있다. 현재 지수에는 13개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PX지수에서 금융 업종은 60%에 달하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와 산업재 같은 인프라 관련 업종이나 IT나 헬스케어 같은 기술집약적 업종은 상장 기업이 없다. 금융, 유틸리티, 통신 같은 국가 주도적 산업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머징 국가의 특성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PX지수의 다른 특징은 해외 기업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PX지수에 포함된 13개의 기업 중 본사가 체코에 위치한 기업은 9개이며, 시가총액 비중은 58.8%에 지나지 않는다.
시가총액 1위이며, PX지수의 32%를 차지하는 에르스테 그룹은 본사가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했으며, 시가총액의 7%를 차지하는 비엔나 인슈런스 그룹 역시 오스트리아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프라하에 본사가 위치한 필립모리스 체코 법인 역시 PX지수에 상장되어 있는데, 체코의 독립적인 기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체코 PX지수는 최근 6개월동안 10.4% 상승하는 강세를 기록했는데, 이 중 오스트리아 금융주인 에르스테 그룹이 4.9%를 설명한다. 같은 기간동안 에르스테 그룹의 주가지수가 30.9%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론 체코 통신 기업인 02체코 레푸블릭이나 코메르츠니 방카가 각각 7%, 17% 상승한 점 역시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에르스테 그룹의 기여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근 체코 주가 상승을 체코 기업의 힘만으로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최근 3년간의 성과를 살펴보면, 헝가리 주식시장은 동유럽 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주가지수이다. 남유럽 금융위기 시기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2015년 이후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현재는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시가총액 비중을 살펴보면 금융, 에너지, 통신, 유틸리티 비중이 높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 차이를 보인다. 헝가리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의료 기술이 발달해 있으며, 의료 관광국으로서의 위상이 높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OTP은행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의 정유업체 MOL헝가리언 오일&가스가 있고, 헬스케어 업체인 리히터 게데온은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히터 게데온은 심혈관 약품과 위장약, 피임약 등을 생산하며, 미국, 독일, 폴란드, 체코, 베트남 등으로 약품을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