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이클의 가능성

투자전략팀 양해정 팀장

부채의 생산성을 높여야

저성장! 양적완화로 만들어진 저금리가 효율성까지 높이진 못했다. 부채는 많아졌고, 이를 활용한 성장은 더디다. 양적완화로 버티던 경제는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저금리 하에서 많아진 부채를 이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시각은 옮겨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많아진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부채를 축소시키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방법이 있다. 디레버리징도 방법이긴 하나 금리 인상사이클에서 디레버리징을 하게 되면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경제는 다시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장을 통해 부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소위 ‘고압경제’라는 이름아래 경기가 매우 좋은 환경으로 진입했을 때 부채를 줄이는 것이 디레버리징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연된 투자가 시작된다

투자 사이클의 가능성을 고민할 때다. 수요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경제는 한동안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은 소비(수요)와 투자(공급)다. 수요와 투자에서 지금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수요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수요가 회복되어야만 그 수요에 맞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가정으로 수요에 초점을 맞춰 경기 회복 사이클을 기다렸다.

수요가 부진하니 경기회복도 어렵고 투자도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다. 대공황 같은 경기침체만 아니라면 수요는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한다. 모멘텀은 하락해도 수요자체가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급격히 증가하지도 않는다. 08년 금융위기 직후 회복은 모든 것이 ‘V’자 회복이었다. 최근 회복과정은 ‘V’자 회복이 아니다. 기대와 실제 수요간에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원유 수요를 예를 들면 유가가 100달러에서 20달러로 하락한다고 해서 원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진 않는다. 또한 20달러에서 50달러 수준으로 유가가 올랐다고 해서 상승을 예상하고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지도 않는다. 원유 수요는 꾸준한 상태에서 늘었던 공급량이 정체되면서 원유의 수요와 공급은 맞춰진다.

수요의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최근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시장이 기대하는 ‘Pent-up demand’는 지금과 같은 완만한 회복 과정보다는 08년 금융위기처럼 일시적인 수요위축 과정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현상이다. 오히려 투자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는 것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회복이 더디다 보니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는 지난 몇 년간 정체되어 왔다. 중국의 과잉투자에 대한 논란도 계속해서 투자를 늦추게 했다. 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수요에 대한 우려가 없다 보니 투자의 급격한 증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투자는 정체되었고15년에는 감소를 나타냈다.

16년부터 진행된 글로벌 경기회복도 지연되었던 투자에 대한 유인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일종의 ‘Pent-up investment’라 할 수 있다. 08년 금융위기 직후 보여줬던 투자 감소/회복와 다른 점은 당시에는 경기가 좋았던 상태에서 단기간에 회복되다 보니 금융위기 이전 투자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투자가 증가했고, 과잉투자가 지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수요에 대한 우려로 투자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즉 일정부분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에 있었다. 질적인 측면에서 더 나은 투자 사이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매출성장과 투자는 함께한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매크로의 성장이 GDP 증가라면 바텀의 성장은 매출이다. GDP 성장과 매출 성장은 상호간에 상관성이 높다. 기업의 매출 성장과 보다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인플레이션 지표다. 인플레이션 지표 특히 PPI 증가율은 분기 매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과 상관성이 매우 높다. 매출이 수량과 가격의 함수라는 것으로 고려할 때 당연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매출이 증가하면 기업 투자는 동반해서 증가한다. S&P의 경우 시차가 있지만 KOSPI의 경우 매출과 기업투자(Capex)는 거의 동일한 시점에 상승/하락의 궤적을 보여준다. 매출증가율과 Capex증가율의 상관관계를 봐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성장이 있어야 기업들도 투자를 한다는 의미다. 또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성장에 대한 기대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부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 신호가 나타나면 투자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 => 인플레이션 지표 회복 => 매출 성장 => 투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투자가 한동안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투자의 함수를 아래와 같이 정의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성장 기대와 투자가치가 투자의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요인일 수 있다.

그 동안 저금리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 상태에서도 투자는 증가하지 못했다. 투자라는 것이 단지 조달비용만 낮다고 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투자를 더 자극하는 요인일 수 있다. 이는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과도한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너무 높아지면 부담이 된다.

투자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투자가치 회복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투자가치라는 것은 투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는 때 증가한다. 따라서 단순히 자산가치라기 보다 성장을 위해 투자를 했지만 아직 현금은 창출되지 못하는 자산이 있는데, 이것이 미래에는 현금창출이 가능한 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가능성에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여부다. 디플레이션 사이클에서는 이러한 미래의 현금창출능력에 대해서 가치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사이클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사이클에서는 현재보다 미래의 현금창출 능력이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사이클에서 투자지표가 개선된다. 인플레이션 환경은 지금 투자해서 이를 통해 미래에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투자가치가 회복된다.

매출성장 같은 성장은 투자의 수익성과 연결된다. 투자수익이 크다면 위험회피성향이 높다 하더라도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투자가 진행되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금리, 인플레이션 지표와 투자관련 지표는 그래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이 살아나야 투자가 진행된다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도 결국 자금이 있어야 한다. 투자라는 것이 소비와 달리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이 회복되지 못하면 진행되기 어렵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업종은 모두 부진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원죄로 규제가 강해졌고, 저금리 환경에서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익의 원천이 불안하니 은행들도 대출 같은 기업들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자금집행에 있어 보수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유럽 은행업종과 한국 산업재 업종은 유럽의 위기가 불거지면 유럽은행이 부진에 빠지자 동반해서 부진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산업재 업종은 은행의 부진이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한다. 은행이 부진하다 보니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들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위축되었던 금융업종이 글로벌리 회복되고 있다. 일단 수익성을 가장 악화시켰던 금리가 최악의 저금리 상황을 벗어났다. 또한 더불어 금융업종의 수익성 원천이자 투자의 자금을 늘릴 수 있는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수익성이 회복되고 경기회복으로 신용 사이클이 다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단기 신용 사이클(short-term debt cycle)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투자에 대한 태도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14년 이후 글로벌 경기가 다시 부진해지면서 하락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가들의 투자에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유인이 된다.

부진했던 유럽과 중국의 신용 사이클도 다시 회복되고 있다. 중국은 정부중심의 대규모투자보다는 PPP투자 중심으로 자금이 집행되고 있다(지난 4월 11일에 발간된 정하늘 연구원의 ‘중국은 지금’’ 자료 참조). 또한 유럽의 경우도 경기회복이 점차 확연해 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유럽의 대출규모(마이너스 성장률)는 바닥을 다지면서 이제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플러스 성장률).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등에서도 단기 신용 사이클(short-term debt cycle)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흥시장 리플레이션과 투자 사이클

투자 사이클 진행에 있어 핵심지역은 신흥시장이다. 신흥시장이 이제는 확장적인 부양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다. 주요 선진시장이 더 이상 확장적인 정책을 하지 않는 환경이니 신흥시장이 그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경기부양에 대한 정책을 추진할 명분이 생겼다. 신흥시장 리플레이션 사이클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디플레이션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은 물가부담이 높지 않다. 유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한동안 낮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흥시장 평균적인 물가수준을 보면 지금은 낮은 수준에 있기도 하지만 07년과 10년, 11년처럼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도 아니다. 물가 부담이 낮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장적인 정책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신흥시장은 항상 물가부담이 관건이었다. 통화안정 여부를 떠나 물가부담은 신흥시장 소비여력을 낮추고 정치불안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은 경기부양에 있어 투자가 소비보다 우선시된다. 소비 구매력이 높지 않다 보니 경기부양에 있어 투자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흥시장 투자가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는 것이 투자에 대한 유인을 더 높일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 신흥시장은 GDP에서 투자비중이 증가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흥시장 투자증가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면서 선진시장 양적완화를 지탱해 주었다. 그러나 이후 유가 상승으로 물가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로 신흥시장에서는 투자가 증가하지 못했다. 선진국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대한 반작용의 영향도 있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8년 이후 정체구간에 있다. 중국 중심의 투자를 기대하지만 중국 외 신흥시장에서도 한동안 하지 못했던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경우 경기에 대한 우려로 여전히 투자가 증가하긴 하지만 과거처럼 과잉 생산되는 곳에 계속 투자가 진행되진 않는다.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는 낮아지고 있다.

통화안정은 신흥시장이 확정적인 부양정책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다. 통화안정이 있어야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을 통한 확장정책에 부담이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 그리고 선진국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에도 과거와 달리 신흥시장 통화는 안정적인 흐름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신흥시장 통화는 하락 사이클을 멈추고 안정을 찾고 있다. 올해는 더 강한 흐름이다. 통화흐름으로 보면 과거 신흥시장 사이클이 있었던 시기와 비슷하다. 신흥시장 강세의 작은 데자뷰(small dejavu)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투자 사이클 저점

지금은 투자 사이클의 확연한 저점이다. 물론 IT같은 사이클이 짧은 업종에서는 투자가 있었다. 그렇지만 신용 사이클과 함께하는 업종에서는 투자가 부진했다. 2007년이 이 사이클의 정점이었다면 지금은 저점에 가깝다. 원유관련 산업 부도율을 보면 80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특히 IT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시기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공급과잉을 우려하지만 부도율을 보면 공급과잉은 완만히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IT버블 붕괴 때 수준처럼 급락했던 글로벌 E&P관련 투자지출도 올해와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과 건설산업의 수주환경도 비슷하다. 13년이후 의미 있는 조선업종 선박 발주량 증가가 없었다. 조선의 경우 선박 발주량은 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또한 발주량 증가율 지표로 보면 3 ~ 4년 단위 모멘텀 변화 사이클의 저점에 있다. 유가급락과 진행된 신흥시장 경기하락 그리고 선진국의 회복 지연이 맞물려 글로벌 선박발주는 침체되었다. 단순히 기간적인 사이클이 아닌 글로벌 경기회복이 함께하면서 저점에 있는 선박발주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여기에는 부진했던 은행의 회복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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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양해정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