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People
A.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들의 제보로 각종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곁에는 식물과의 염사(念寫)를 도와주는 백량금, 눈빛과 마음으로 식물의 상태를 감지하는 꽃가게 주인 한세은, 예리한 분석력을 가진 괴짜검사 박태빈이 등장해요. 또, 정의를 위해 홀로 투쟁하는 기자 노정건이 식물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꾸려 나갑니다.
A. 좋은 글을 쓰려면 만물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지니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이나 생존경쟁이라는 말을 당연시하고 살아가는데, 생존은 경쟁이 될 수 없고 약육강식은 법칙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건 동물에게나 통용되는 거죠. 약한 자가 쓰러져 있을 때 일으켜주고 목적지까지 함께 가는 게 '인간다운 삶'이고, 이런 생각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노력한 것만큼 돌아오는 세상, 정의와 원칙과 양심과 도덕이 지켜지는 세상을 기어코 만들어 나가야죠. 우리, 인간답게 삽시다!(웃음)
A. 휴대폰을 통해서도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새로운 변화와 어우러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너무 어려워서 출판사에서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편집해줬지만요.(웃음) 앞으로 적응하는 요령을 터득할 생각입니다. 죽을 때까지 소설을 쓰려면, 쓸데없는 편견이나 아집은 빨리 버리는 게 낫다고 봅니다.
A. 위암 판정 후 총 8번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이후에 다른 암도 걸려서 상당 기간 투병생활을 했고요. 처음 암 확진을 받았을 땐 저도 충격이 컸어요. 그러다 곧, 오랜 세월 작가로 살며 책도 40권 넘게 냈고, 출판사 말로는 고정독자가 40만 명이나 된다니, 작가로서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지금 떠나도 좋다’는 마음도 들더군요. 지금은 항암치료를 모두 끝내고 더 사람답게 살고 있어요. 위를 통째로 잘라낸 덕에 마침내 완전한 무‘위’자연인이 되었고요.(웃음)
A. 하루 8갑을 피우던 제가 담배를 딱 끊었어요. 대신 노래에 심취해 노래방 기기까지 설치했죠.(웃음) 문학관에 찾아온 독자들을 위해 미니콘서트도 종종 열어요. 소설가가 노래 부르는 게 흔치 않은 구경거리라 그런지 다행히 많이들 좋아해주십니다. 헤어스타일도 확 바꿨죠. 이발할 돈이 아까워 기르던 머리가 제 트레이드마크처럼 됐었는데, 암 확진 받고 의료진이 불편할 것 같아 깎았어요. 미용실에서 사인해달라기에 "20년 젊게 만들어줘 제가 고맙다"고 인사드렸습니다.(웃음)
A. 저도 술술 쉽게 쓸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벽오금학도]를 쓸 때 집필실에 철문을 달았어요. 수감생활하듯 대소변도 안에서 해결하고 문 아래 구멍으로 ‘사식’을 받아먹으며 글을 썼는데도, 다 쓰는 데 5년이 걸렸죠. 제가 가장 짧게 쓴 장편소설이 [장외인간]인데, 3년 걸렸어요. 개연성 같은 걸 따져가며 한 단어 한 단어 고르는 터라, 나중엔 책 전체를 외우게 되더군요. 독자들이 술술 읽게 하려면 기꺼이 고행을 이어가야죠.
A. 저도 게을렀던 시기가 있어요. 당시엔 핑곗거리도 많았죠. 현실이 너무 처절했거든요. 보름 정도 굶는 건 다반사였고, 노숙자 생활도 했어요.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을 뻔한 적도 있고, 자전거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도 당했죠. 눈만 뜨면 죽음이 목전에 와 있고 몸을 씻는 것조차 사치였던 그때, 무력감에 항복하는 것만큼 편하고 합리적인 선택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글을 써야 했어요. 그때의 진실을 고스란히 담아 글을 썼다면 훨씬 좋은 글이 나왔을 텐데…. 긴 시간을 낭비한 대가로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A. 맞아요, 책 참 안 읽어요. 제 트위터 팔로워가 많다지만, 가끔 감자 같은 걸 팔면 ‘완판’ 기록을 세우는데 책은 안 팔린다니까(웃음). 저는 서재가 우주와 연결된 통로라고 믿어요. 우주, 신, 진리에 닿는 눈을 뜨게 해줄 일차적인 징검다리가 바로 책이고요. 사실 나뭇잎 한 장도 책 수십만 권과 맞먹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은 다른 사물에도 그만큼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의식이 진보하고 발효한다고 생각해요. 마음공부가 잘돼 있는 사람은 개떡 같은 말도 천금처럼 받아들이고, 마음공부가 잘 안 돼 있는 사람은 천금 같은 말도 개떡같이 받아들이게 마련이지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 사이의 불균형을 메워주는 마음공부가 곧 책 읽기입니다. 하필 책 쓰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 오해받기 딱 좋겠지만요.(웃음)
A. 지금 젊은 세대들은 우리 때보다 불행이 더 심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삶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산다니, 제 젊은 시절의 불행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불행입니다. 어쩌면 인생 전체가 통증인지도 모르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길이 안 보여도, 끝까지 버티며 길을 찾다 보면 언젠가는 우뚝 일어설 기회가 올 겁니다.
A. 아닌 게 아니라 참 많은 분들이 찾아오세요. 가끔 저를 화천군수로 착각하는 분도 있다니까요.(웃음) 화천에 터를 잡으면서 저도 멋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살아요. 자식이 ‘예술 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리는 부모가 태반인데, 예술가가 멋있게 살아야 예술 저변도 확대되지 않겠어요? 또, 제가 잘하면 다른 작가들에게도 ‘빽 없어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는 본보기가 될 것 같고요.
A.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인간은 물질적, 정신적, 영적 에너지체이기에 물질만 탐닉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가치관을 수정해나가도록 돕고 싶고요. 물론 제 이야기가 정답은 아닐 겁니다. 다만, 길에 박혀있는 돌멩이 정도로 여기고, 걸려서 좀 넘어져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넘어진 게 내 잘못인지, 아니면 하필 거기서 날 넘어지게 만든 돌이 잘못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테니까요. 설령 돌도 잘못한 게 아니고 나도 잘못한 게 아니더라도, 넘어지면 분명 얻는 게 있을 겁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웹진 독자 여러분도 아무 때고 감성마을에 들러 마음의 양식 든든히 들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