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스테디셀러, 섹시하고 농염한 관록의 무대
긴 시간 한결같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35년 전에도, 지금도, 남경주는 변함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이유는 하나,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50대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연기와 노래는 도통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남경주는 5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시카고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Focus People
긴 시간 한결같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35년 전에도, 지금도, 남경주는 변함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이유는 하나,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50대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연기와 노래는 도통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남경주는 5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시카고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A. 무대 위 군더더기는 덜고 재즈의 열정은 극대화했죠. 시카고는 현존하는 가장 원초적인 뮤지컬이에요. ‘벨마 켈리’ 같은 스타가 되고 싶었던 클럽댄서 ‘록시 하트’가 정부를 죽인 후 약삭빠른 변호사 ‘빌리 플린’을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한 도시의 뒷골목은 어둡고 심플하지만 배우들의 몸사위로 화려하게 치장했으니,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을 겁니다.
A. 배우 스스로 대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깊이 있는 사유와 충분한 연습을 통해 대사 하나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무대 위에 올라가야죠. 그때부터는 머리와 근육이 기억하는 대로 반사적으로 움직이면 돼요. 연습실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무대 위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무대 아래 관객들 사이에서 ‘속삭이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귀에 쏙쏙 잘 들리지?’라는 수군거림을 들으면 짜릿한 희열이 느껴져요.
A.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려요. 살아있는데 왜 전설이냐고 따진 적도 있죠.(웃음)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는다면 그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 나이에도 탭을 배우러 다니고, 발레 레슨도 받고, 대학원에도 들어가 노래 레슨도 다시 받기 시작했어요. 나이 들면서 자연히 신체기관도 노화할 테니 최고의 성대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뮤지컬은 배우가 말초신경까지 이용해야 하는 예술이에요. 그만큼 성취감과 희열이 남다르죠.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파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을 공부를 통해 알았어요. 정말이지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나이 들수록 ‘이렇게 재미있는 걸 어릴 땐 죽어라 열심히만 하고 즐기질 못했구나!’라는 통탄이 밀려온다니까요.(웃음)
뮤지컬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한 순간부터 남경주는 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남경주는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뮤지컬에는 1984년 ‘춘향전’으로 발을 들였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90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서다. 척박했던 한국 뮤지컬 시장에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남경주도 뮤지컬도 쑥쑥 성장했다. 성실한 배우로도 정평이 나 있다.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약 1년 5개월간 공연할 땐 전체 520회 공연 중 단 두 번을 제외하고 518번 무대에 섰다.
A. 이십 대에 처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뮤지컬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때만 해도 뮤지컬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였죠. 그래서 나중에 사람들의 입에 제 이름 석 자가 오르내릴 때 ‘저 사람이 뮤지컬 배우구나!’라는 정도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예나 지금이나 꿈의 무대라는 건 똑같아요. 다만 이제는 선배로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어떻게 하면 뮤지컬이 더 즐거울 수 있을까, 관객들에게 진심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고민도 많고요. 결론은 하나예요. 어떤 역할이건 내가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해 살아있는 수밖에요. 꿈의 무대를 환히 빛내고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오는 건 결국 저 자신에게 달려있으니까요.
A. 직업병 비슷한 건데, 이제는 일상이 됐네요. 저는 늘 몸무게를 재고 1kg라도 오버했다면 본능적으로 조금 더 뛰고 덜 먹어요. 배우는 몸이 악기나 마찬가지인데, 악기가 망가지면 연주할 수가 없잖아요. 또 하나, 언젠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운동하러 나간 적이 있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내가 왜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운 거예요.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이런 게 삶인 거지, 이런 모습을 무대에 가지고 올라가고 싶다고요. 내 진실한 생각, 고통, 희열 이런 것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싶은 거죠. 과잉도 과소도 아닌 적당하게 자연스러운 연기, 그게 좋은 연기고, 제가 추구하는 연기입니다.
A. 노하우라기엔 거창하지만, 저는 일할 때 몰입하고, 벌어지지 않은 일이나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나를 구속해야 할 땐 확실하게 구속하는 대신, 쉴 때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제 안의 에너지를 완전히 방전시키는 거죠. 한때 슬럼프도 있었어요. 그런데 슬럼프란 게 결국 딴짓해서 생기는 것이더라고요. 특히 우리 일은 워낙 시간이 걸린 뒤 꽃을 피우는 일이잖아요. 그만두지 않는 방법, 견딜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A.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시간이 되면 매번 ‘또 이만큼 충전받았구나!’ 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늘 오늘이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공연해요. 혹시 내일 무대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후회스럽지 않도록,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오늘들이 쌓여 제 미래가 더 빛이 나게 될 거라고 믿어요. 이베스트투자증권 가족들도 일상에 충전재가 필요할 때 뮤지컬 공연장을 찾아주세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빛나는 추억을 선사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뮤지컬은 제 천직 같아요. 내 안에 또 다른 남경주가 얼마나 많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앞으로의 무대가 기대돼 미치겠다니까요.(웃음) 60세, 70세, 80세가 되면 제가 연기하는 빌리도 지금보다 멋지지 않을까요? 연습량이 누적된 만큼 지금보다 더 멋진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때 꼭 다시 만나 ‘여전히 당신은 최고의 배우!’라는 칭찬을 들려달라고 했다. 눈앞의 무대가 생의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살고 있는 그의 에너지가 무대를 넘어 당신에게도 전이되었기를! 또한, 여든 살의 빌리가 무대에 오르는 날, 이 유별난 에너자이저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오늘보다 더 근사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