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배우기 4
낙찰을 받았다면 매각허가결정과 함께 대금납부가 진행되며 소유권이전등기 촉탁, 인도명령이 이루어진다. 보통 대금완납까지 낙찰일로부터 1~1.5개월가량 소요되고 6개월까지는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생각과 달리 명도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낙찰자 입장에선 대금완납 시점부터 해당 물건에 거주하거나 임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점유자의 입장에선 대금완납 시점을 협상의 시작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연히 얼굴 붉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다.
낙찰이 확정되는 순간, 노란 종이와 입찰대금영수증을 가방에 넣고 즉시 해당 물건지로 가서 점유자와 협상에 돌입한다. 이때 점유자와 만남이 가능할 경우, 점유자의 상황이나 입장을 들어보고 명도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필자의 경우 아래와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다.
1) 소유자 명도 : 보통 이사비는 지급하지 않으며, 빠른 명도를 조건으로 실비보다 적게 지급한다.
2) 세입자(보증금 100% 배당) 명도 : 이사비는 지급하지 않으며, 명도와 명도확인서 발급은 동시이행 관계임을 설명한다.
3) 세입자(보증금 일부 회수) 명도 :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는 정도에 따라 이사비를 지급하며, 보증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할 경우 입찰가격에 보증금을 일부 보전할 것을 생각해 낮게 입찰한다. 될 수 있으면 낙찰받지 않거나, 낙찰 이익금의 일부를 이사비로 쓸 각오를 한다.
매각허가결정은 보통 1주일 후에 확인할 수 있으며, 낙찰 후 협상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내용증명을 준비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수신으로 작성하면 된다.
1) 상단에는 발신자에 낙찰자의 정보(이름/연락처/주소), 수신자에 점유자의 정보(이름/연락처/주소)를 기재한다.
2)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기재한다. 법률규정에 따라 대금완납과 동시에 소유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3) 원활한 명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 또는 손해배상에 관해 기재한다.
4) 별첨자료로 전 소유자의 임대차계약서 및 부동산 등기부등본(대금완납 시)을 준비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다. 낙찰 후 대금납부기간에 대금을 완납했다면, 해당 경매계에 인도명령신청과 점유이전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해야 한다. 인도명령신청의 경우, 법원이 점유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소유자(대금완납한 낙찰자)에게 인도할 것을 명령하므로, 배당이 끝난 시점+3일에 대부분 완료된다. 인도명령결정문은 소유자가 꼭 보관해야 하는 문서로, 추후 강제집행 신청 시 필요하다.
점유이전가처분신청은 점유자가 바뀔 것에 대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인도명령신청 시 인도명령 대상을 기재해 제출하는데, 인도명령 신청대상이 아닌 사람이 점유하고 있다면 강제집행 시 어려움이 있다. 점유이전가처분 신청을 하면 점유자가 바뀌더라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인도명령 신청 시 같이 해두는 게 좋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접수 후에는 담보제공명령문이 나온다. 이때 보증공탁 또는 현금공탁을 해야 한다. 공탁이 끝나면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문이 송달되며, 담보를 제공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신청완료 후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정본이 나오며, 이 결정정본을 가지고 집행신청을 하면 집행관 사무실에서 날짜를 고지해준다. 집행비는 법원 내 은행에서 예납 가능하다. 이후 일정에 맞춰 집행 시간에 해당 물건지로 가면 된다.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강제개문 시 열쇠업자를 소유자가 불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위의 내용증명, 인도명령 신청, 점유이전가처분 신청 등은 협상을 진행하는 보통의 절차이지만, 실무에서는 보통 강제집행은 진행하지 않는다. 강제집행은 끝까지 협상이 되지 않거나 인도명령 신청 후 최악의 상황이 예상될 경우에 꺼내는 마지막 카드라고 보면 된다.
필자의 경우, 강제집행 예고문이 붙은 상황에서 점유자가 퇴거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강제집행은 시간과 비용 소모가 상당한 만큼,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점유자 등이 존재하지 않는 폐문 부재) 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이사를 요청하는 게 낫다. 부득이하게 강제집행을 신청했을 경우, 강제집행 전 집행관이 예고문을 붙인다. 보통 예고문을 붙인 후 1~2주 안에 강제집행이 이루어진다. 강제집행 시 법원에 따라 다르나 30평 아파트 기준으로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며, 동산경매까지 하면 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해당 비용을 받고자 점유자의 재산을 찾아 부당이득금 반환의 소를 제기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경우엔 1년 이상 걸리는 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강제집행은 신청은 하되 실제 집행은 득과 실을 따져보고 진행하길 권한다.
필자의 경우, 원칙을 깨고 소유자인 점유자에게 이사비를 준 적이 있다. 7~8년 전쯤 서울 도봉구 소재 작은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폐문 부재로 점유자가 없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낙찰받은 날 찾아가 보니 일흔 넘은 노부부와 고3 수험생이 집에 있었다. 결국 주변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의 월세보증금을 해결해주는 선에서 원만하게 명도를 매듭지었다. 당시 노부부는 “배려해줘 고맙고, 돈 많이 버시라”는 인사와 함께 청소까지 말끔히 하고 이사를 갔다. 이후 임대수익도 올리고 1년간 거주한 후 매도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명도로 기억에 남는다.
결국 명도는 사람과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낙찰자라 할지라도 점유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협상한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어느덧 다음 시간이 '부동산 경매 배우기'의 마지막 이야기가 될 듯하다. 그동안 우리는 ‘생초보도 얼마든지 부동산 경매로 돈 벌 수 있다’는 목표 아래 부지런히 달려왔다. 2018 황금개의 해를 맞아 더할 나위 없는 재테크 수단 ‘부동산 경매’로 다들 돈 좀 벌어보길 기원하며, 다음 시간에는 향후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나눠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