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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 꿈과 직업, 즐거운 이중생활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훠얼씬 더’ 행복합니다!"


‘청소부 김예지’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청소 일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의 하루는 조금 다르다. 작업실로 출근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작업이 이어진다. ‘청소부 김예지’가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의 경제적 자립 발판을 다져주고 있는 셈이다. 김예지 작가는 27세에 처음 청소 일을 시작했다. 꿈은 저 먼발치에 있고, 눈앞의 생계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돈 버는 어엿한 어른이 되자 꿈에도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고민을 쓰고 그린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출간 한 달 반 만에 3쇄를 찍을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서점가는 물론 각종 방송매체와 SNS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김예지 작가를 만났다.

Q. 반갑습니다. 6년차 베테랑 청소업자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베스트투자증권 가족들에게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저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이 공감해주신다는 게 아직도 신기한데요. 월·수·금요일의 저는 청소부예요. 새벽같이 출근해 병원, 사무실, 다세대주택을 깨끗이 쓸고 닦죠. 화·목요일엔 일러스트 작가로 일해요. 일의 종류와 방식이 보편적이지 않을 뿐, 남들처럼 일해서 돈을 벌고 꿈도 꾸는 평범한 사람이랍니다.(웃음)

Q. 처음부터 이중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고요.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어엿한 직장에서 상품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가 돌연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A.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어려서부터 만화나 삽화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회사에 다니면 좀처럼 여유가 나지 않잖아요. 또, 저는 집단생활을 싫어하고 불안 증세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회사에서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매일 봐야 한다는 게 버거운 일이었죠. 언제 잘릴지 모를 비정규직이란 현실도 발목을 잡았고요.

Q. 수많은 직업 중 청소 일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A. 퇴사하고 나서 그림 관련 업종 입사에 줄줄이 실패하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됐으니, 마냥 꿈만 좇을 순 없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엄마가 시간 관리하기도 좋고 벌이도 괜찮다며 청소 일을 제안하셨죠. 마침 야쿠르트 배달업을 그만두신 엄마도 저를 따라나서 한 조로 일하셨어요. 청소 일을 시작하고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 봄날의 미세먼지를 매일 뼈아프게 체감해야 했어요.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개념 없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비로소 알게 됐죠. 그래도 청소 일은 가성비가 좋아요. 예전 저의 직업이나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간 대비 많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타인이 만든 편견뿐 아니라 스스로 만든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고요.

A. 친구들이나 이웃 어른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봐서 ‘청소일 하는데요’라고 대답하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요. 왜 대학까지 나온 젊은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도 받았죠. 소개팅이나 동창회에서 ‘청소 일을 왜 하는지’를 설명해야 할 땐, 이런 설명이 필요 없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사실 저 또한 ‘꿈=직업’이라고 배운 세대잖아요.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직업을 홀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꿈을 이루지 못한 실패자로 만들기도 하고요. 사실 꿈은 단순한 이상과 희망일 뿐인데 말예요.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생계나 안정을 담당하고 있는 직업도 가치 있는 노동이잖아요. 꿈은 직업 이외의 다른 부분으로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런 결론에 다다른 데 영향을 준 사람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A. 직장동료이자 멘토인 엄마의 영향이 컸어요. 평소 엄마가 ‘일을 너 자체로 인식하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청소 일이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돈 버는 일이니까, 얻을 수 있는 것에만 더 집중하라고도 하셨죠. 특히, 돈 받는 일은 약속이기 때문에 뭐든 성실하게 꼭 지켜야 한다고도 강조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정말 아파 죽겠는 날에도 정석대로 일을 시키시죠.(웃음) 솔직히 예전의 저는 아프면 그냥 쉬어버리곤 했거든요. 청소 일을 하면서 ‘업무 파트너’인 엄마의 직업관을 많이 본받게 됐어요.

Q.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용기가 생긴 건가요?

A. 반반인데요. 전에는 완전히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어느 정도 넘길 수도 있게 됐어요. 지금은 저도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꼭 알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또,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조금 변한 것 같아요.

Q. ‘연근김밥’ 에피소드를 보면, 노동 후 꿀맛 같은 도시락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A.점심을 사 먹다가 언젠가부터 엄마가 김밥을 싸주셨어요. 연근조림 하나 달랑 들어간 초간단 김밥이지만, 아삭하고 짭조름하고 고소하고 푹신한 맛이 다 느껴져서 정말 맛있어요. 요즘도 엄마와 일하면서 즐겨 먹는 메뉴죠. 날씨 좋을 땐 공원에 나가서 먹기도 해요. 훗날 이 시간들과 엄마와의 기억을 돌아볼 때 연근김밥이 되게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Q.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는 방법을 배워가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움츠러들기도 하죠. 청소 일을 하면서 생긴 변화가 궁금해요.

A. 중소기업 대리보다 좀 더 높은 수입으로 4년 만에 대학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고, 나만의 작업실도 얻었고, 치아 교정도 시작했어요. 남과 다른 경험 속에서 생각이 자랐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죠. 괴롭기만 할 것 같던 낯선 직업이 오히려 새로운 삶을 선물해줬습니다. 꿈꾸던 그림 일도 계속할 수 있게 됐어요. 결국 꿈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죠.

Q. 청소일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요?

A. 다른 일로 생계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청소 일이 자아실현을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거든요. 또, 그동안 청소 일을 해왔던 제 모습을 되돌아보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하고 충실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나 자신에게 신뢰감을 느껴요. 청소 일 덕분에 스스로를 좀 더 믿게 된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수확이죠.

Q. 긴 시간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실하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멋진 청춘을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한마음으로 응원할게요!

A.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청소 일을 하고 나서 어떤 일을 하든 평범한 노동자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자기 인생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모두 멋진 것 같아요. 어차피 삶은 가지각색이고, 각자의 성향에 맞게 삶의 방식도 달라지잖아요. 이베스트투자증권 가족 여러분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행복하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