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숲에서 자신과 마주하다
웅장한 숲을 감싸는 바람소리가 온몸을 에워싸는가 싶더니,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뻗은 소나무가 나를 내려다보며 무어라 말을 건네는 듯하다. 예부터 ‘진귀한 보배가 많은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울진에는 해안가나 강가, 산속 어디든 소나무가 울창하다. 소나무 중에서도 혈통이 가장 좋다는 금강송이다. 옛 선비들이 꼭 가보고자 한 관동팔경 가운데 월송정과 망양정이 울진에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의 연속인 망양정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대미를 장식한 비경으로 알려져 있다. 짙푸른 동해를 내려다보며 비상하듯 앉은 모습에서, 옛 시인 묵객들이 망양정에 감탄한 이유를 쉬 짐작할 수 있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달을 즐기던 월송정은 정자에서 굽어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길 주위에 펼쳐진 솔밭이 보물이다.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로, 옛 보부상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과 소금을 지게에 지고 내륙까지 나르던 통로였다. 아름드리 금강송이 길을 따라 병풍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주민이 숲 해설가로 참여하거나 전통주막・민박을 공동 운영해 소득을 분배하는 등 공정여행의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불영사는 불상이 물속에 비친다고 해 이름 붙여진 천년고찰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 물줄기,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명승지로, 겨울에 가면 근사한 설경도 덤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