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보급화, 표준화 니즈 증가 + 임차수요의 집꾸미기 확대
과거 부동산 랠리에는 가구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표준화에 대한 개인의 니즈가 확대되었다면 최근 부동산 시장은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표준화 니즈 확대가 시장의 성장과 업태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그 전에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몇 가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우선 서울 지역의 아파트 입주 공급과 멸실 주택 차이를 통해 서울 지역의 부족 주택 수와 이에 따른 수요를 가늠해보았다. 멸실 주택은 모든 유형의 주거용 부동산의 멸실을 의미하나, 공급은 아파트 공급량 데이터를 사용했다. 한국의 주거 행태가 아파트에 집중되고, 신규 아파트 착공이 주변 멸실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면 무리한 비교는 아닐 것이다.
지난 정부 초기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으로 많은 물량의 신규 착공이 나타났지만, 입주 사이클이 도래하기 직전인 2016년은 멸실 주택이 입주 공급보다 높은 모습을 보인다. 2017~2018년 입주 사이클이 도래했음에도 2017년의 경우는 입주 공급 보다 멸실 주택이 더 많아진 모습이다. 데이터를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절대 입주 공급량이 멸실주택을 감안할 때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비교적 아파트 입주 공급이 많았던 2014년과 비교해보면, 멸실 주택의 증가 속도 대비 아파트 입주 공급이 절대적, 상대적으로 모두 부족해 보인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수요가 비탄력적이고, 공급 역시 재건축 규제 등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금번 정부는 25번의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은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농담은 서울 모든 권역에서 만연하다. 금리는 사상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풀린 유동성이 개인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여 집을 사게 하고 있는 것일까, 투자수요의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어느 쪽이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역대급 폭증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장기 월 평균 5만세대 수준으로 거래되곤 한다. 정부 집권 초기에는 거래량이 3만세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부 지역의 소폭의 가격 조정 역시 나타났으나, 수차례 규제 대책을 거듭하며 결국 매매 거래량은 6월 한 달 10만여세대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6월까지가 정부에서 정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감면 시기였기 때문에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매매 비수기인 7월 역시 10만세대가 거래된 점은 전무후무한 현상이다.
투기수요가 집을 산 것이 아니라 실수요가 집을 샀다는 근거는 비인기 자산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까지 거래량이 폭증했다는 점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 감가상각으로 가격 상승폭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오피스텔까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부동산 매수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임대차3법 이후 월세 전환의 가속화가 두려운 임차인이 매수를 하거나, 주택 보유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상급지로의 매수를 시도한 결과로 판단한다.


주: 빌라는 연립, 다세대, 다가구 합산 기준
서울, 경기, 인천광역시의 인구 순이동 (전입-전출)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순이동은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최근 전출 대비 전입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반면 경기도 역시 전입이 과거 대비 크게 늘어난 모습이며, 인천광역시의 경우 전출 인구가 늘어났다.
서울과 인천의 인구 이동 추이를 보면, 인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유입 인구는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며, 서울에서 인천으로 나가는 이동은 과거 대비 다소 상승한 추세다. 반면 서울에서 경기, 경기에서 서울로의 인구 이동 추이의 경우 경기도 권역이 넓어 추세를 확인하고자 12개월 이동평균으로 비교했다. 12개월 이동평균으로 살펴볼 때 서울에서 경기로 나가는 인구의 증가 속도보다 경기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인구의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해보면, 서울로는 경기권에서 유입이 아주 많아졌지만 서울지역은 과거 대비 인천광역시, 경기로의 유출이 조금 늘어났다. 경기를 포함한 전국에서 서울로의 전입이 활발히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실수요자의 2급지에서 1급지로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2급지에서 1급지로의 이동, 즉 실수요자의 주거를 기반한 이동은 서울시 구별 인구 유입을 통해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은평구, 강동구와 같이 비교적 경기도권에 위치적으로 가까우면서 가격이 저렴한 곳은 최근 인구 순 전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교적 상급지로 분류되는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수 역시 전입이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노원, 도봉, 강북의 경우 전입이 크게 늘지 않는 반면, 금천, 관악, 구로는 순이동이 크게 늘어난 추세이다. 무주택자는 가격이 허락하는 선에서 서울로,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상급지로의 실거주 전입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거주를 기반으로 하는 실수요를 필두 매매 거래의 확대 속도가 무섭다. 비록 8월의 경우 7월 대비 매매거래가 감소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도 있으나, 지금의 정책 기조라면 실수요의 ‘영끌’ 매매는 그닥 쉽게 진정될 수준이 아닐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과거와 달리 갭투자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가 아니라, 개인의 실거주 목적의 매매가 확대되는 현재의 부동산 트렌드에서 당연히 한국 구축 아파트의 전입에 따른 리모델링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한샘 2분기 리모델링 매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수요의 폭증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시장은 과거 가구 시장이 그러했듯이 표준화와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한샘의 지난해 B2C 매출 중에서 인테리어 가구 비중은 45.3%, 리모델링은 나머지 54.7%를 차지한다. 한샘은 사업 부문별 마진률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각 부문별 마진 레벨은 알 수 없으나, 전체 사업부 연도별 매출총이익률 추이를 그려보면 대략 25~30% 수준의 마진 레벨을 기록하고 있다.

주: 샘풀 기준이며, 대표성은 없음

주: B2C, B2B를 포함한 전 사업부 기준임


홈퍼니싱, 인테리어 시장은 앞서 살펴본 실거주 매매수요 확대에 따른 리모델링 표준화 이외에도 ‘집꾸미기’ 수요의 증가에 따른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과 마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나라는 일본과 비슷하게 1, 2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15~25년된 공동 주택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택이 노후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 나라는 미국과 비슷하게 세대당 주거 면적이 전국은 증가하는 반면에, 서울은 좁아지고 있다. 서울 거주 인구 수를 고려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점차 좁은 집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노후화된 주택의 증가와 주택 면적의 축소는 주거의 질과 직관된다. 결국 1~2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소형 주택의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과거 대비 나빠진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4인 가족이 전세/월세집은 꾸미지 않고 대충 살다가, 실수요로 학군 좋은 집으로 매매하여 이사하고 나면 비싼 가구를 들여 집을 꾸몄다면, 이제는 1~2인 가구가 작은 공간에서도 깨끗한 집, 예쁜 집, 나만의 개성이 반영된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가성비를 중시하는 미국의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와 유사하다.


주택저널의 2019년 집꾸밈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을 때가 언제인지를 묻는 설문에 당연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새로 이사했을 때’이다. 그러나 고무적인 부분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특별한 계기가 없이 집을 꾸미고 싶다’는 항목이 무려 2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더 이상 이사를 가야지만 집을 꾸미지 않게 되었다. 이는 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도심지역 재건축 규제 확대로 인한 거주 환경 악화가 불러일으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매매거래량의 급증 못지 않게 전월세 거래량 역시 큰 폭을 늘어났는데, 그 중 비중을 보자면 월세 거래의 급증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임대차3법에 따라 전세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고, 보유세 확대에 따른 임대인의 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매매거래량이 폭증하고 있지만, 사실상 ‘영끌’매매가 증가하다 보니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실속형 리모델링 상품 또는 가성비가 좋은 인테리어 소품 구입 증대 등이 나타나고 있다.


한샘의 저가 리모델링 포트폴리오인 ‘수퍼화이트’의 경우 평당 99만원이라는 파격적인리모델링 가격을 제시하며 ‘영끌’ 매매 실수요자의 리모델링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이사, 매매시에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고착화 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부엌과 욕실을 필두로 한 거주 리모델링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1주택이지만 다른 집도 가격이 올라 이사를 갈 수가 없는 실수요자의 경우 이러한 부분 리모델링 상품으로의 문의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또한, 자가가 아니라면 수리를 하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내 집 마련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 기간 동안 깨끗하게 살고 싶은 욕구로 욕실, 부엌 등을 부분 리모델링 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집 꾸미기에 대한 우리 나라 시장의 높은 관심은 유통 업체가 다양한 홈데코 브랜드를 출시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매할 당시에만 수리하고, 자가여야만 고치고, 리모델링은 무조건 비싸고 고급스럽게 단장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한샘, 현대리바트와 같은 인테리어/리모델링 주력 종목들은 2014년 부동산 랠리 당시에는 1) 가구 시장의 표준화, 2) 이사 수요 확대, 3) 착공 물량 증가에 따른 업황 및 업태의 전환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멀티플 프리미엄이 나타났었다면, 이제 다시금 그러한 사이클을 만날 시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지금의 인테리어 시장은 1) 리모델링 시장의 표준화, 2)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 확대, 3) 집꾸미기 수요 증가에 따른 홈데코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과거 랠리 때와 마찬가지로 업황의 호조 및 업태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홈오피스, 홈스쿨, 홈캉스의 시대
우리 나라 역시 코로나19 이후로 가구 소매판매가 상당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월별 가구 소매판매는 2019년 월 평균 6,800억원에서 최근 8,000억원까지 증가한 실정이다. 특히 비대면 수요의 증가에 따라 직접 가구를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우리 나라 문화에도 불구, 온라인 가구 판매 비중이 전체 가구 소매판매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혹자의 말처럼 ‘접촉’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가구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온라인 집꾸미기 수요 확대 기조 속에, 집꾸미기 스타트업 버킷플레이스의 ‘오늘의집’ 어플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의집은 유저들이 직접 본인이 꾸민 거주 공간을 업로드하는 온라인 집들이를 제공한다. 손님을 초대하는 번잡함은 줄이고, 집을 꾸미는데 들어간 노력과 수고를 전시하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한국의 거주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테리어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도 상통한다. 집을 오직 자산으로만 보던 잣대에서 벗어나 거주 공간을 단장하는 것 역시 하루 하루 삶의 퀄리티를 증대시키는 필수적인 행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집들이는 2018년 입주 사이클이 확대된 시점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최근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거 인식 변화 및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