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또다시 기회를 맞이했다.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기존 플레이어 대비 여러 업체들이 등장했고,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와있어 시장 경쟁 구도가 단번에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사는 '우리집에 왜 왔니: 2019년 새로운 이커머스 경쟁 본격화' 자료를 통해 2019년 이커머스 경쟁 구도를 전망하면서,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업 진입이 예상된다 분석한 바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확보해놓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커머스 진출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2월 생필품 위주의 쇼핑 기능인 '특가창고'를 오픈해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3월에는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해 유명 브랜드 입점을 시작했으며, 올해 200개 이상 브랜드를 유치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배달 앱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배달의 민족은 'B마트'를 런칭하면서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진입했다. 소량으로 구매 가능하고, 30분~1시간 내 배송을 내세우며 배송 시간을 더욱 단축시키고 있다.
언택트 구매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익스포저가 있는 유통업체들의 숨통이 다소 트이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전략을 살펴보고 기존 유통업체에게 미칠 영향과 향후 경쟁 구도에 대해 전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온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경쟁자가 또 하나 늘어났다. 지난 해 11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식료품 배송 서비스 'B마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배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11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었는데, 이후 1년 만에 B마트를 정식 런칭한 것이다. 또한 B마트를 2020년 주력 사업이라 발표하면서, TV 광고도 지난 해 말부터 시작했다. 허마셴셩으로 집안에 냉장고를 없애겠다는 알리바바의 목표와 비슷하게, B마트는 냉장고 안 식재료를 3일치까지 줄이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초소량 번쩍 배달'을 강조하는 광고에서 드러나듯이 B마트에서는 1)상품을 묶음이 아닌 1개 단위로 구매 가능하고, 2)30분~1시간 내 배송을 받을 수 있고, 3)최소 주문 금액이 5,000원인 것이 대표 특징이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나 쿠팡의 로켓프레시, 이마트의 쓱배송처럼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배송해 주는 점은 같지만, 배송 시간이 더 단축되고 장바구니 사이즈 또한 더욱 작아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1인가구 비중은 2045년 전체 가구의 3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이에 맞는 소량 구매가 확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배민찬 종료 후 직매입으로
배달의민족이 처음으로 식료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배달의민족은 2013년 반찬 배달 서비스 '배민찬'을 런칭해 운영했었다. 100여개 반찬 업체의 상품이나 자체 PB상품을 판매하던 플랫폼으로, 오후 1시까지 소비자 주문을 받아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2019년 2월에 종료됐는데, 이는 반찬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다 보니 업체들의 캐파가 배민찬의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반찬 제조 설비와 전용 물류센터, R&D센터까지 갖추느라 비용이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배민찬 담당 자회사 우아한 신선들의 영업손실은 2015년 14억원에서 2017년 125억원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입점업체 상품이 아닌 1)직매입을 바탕으로, 동사가 이륜차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2)도심 내 배송 캐파 인프라를 활용하고자 B마트를 런칭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륜차 배송의 강점은 소포장에 최적화 되어있고, 골목 구석까지 배송이 가능하면서, 3km 내 반경에서는 사륜차 대비 빠르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를 통해 17,000여명의 배송 캐파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간 거래액 이커머스 확장을 시작한 쿠팡이 쿠팡이츠로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면, 반대로 배달앱으로 사업을 시작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각각 B마트와 요기요 스토어(올해 하반기 런칭 예정)를 통해 이커머스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 vs 배달의민족
자료: KOSIS,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직매입한 물품을 18개 물류센터에서 운용
B마트는 직매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총 18개의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거점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O2O 중개 플랫폼 업체들이나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기존 편의점이나 주변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배달을 연결해 주는 데에 그쳤다. 또한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는 현재 직접 재고를 운용하지 않고 편의점 점포 상품의 배달만을 대행해주고 있다.
반면 B마트는 생필품 및 식료품 재고를 직접 매입해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기존 자사 배달 인력인 배민라이더와 아르바이트 인력인 배민커넥터들을 활용해 배송해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배달팁은 주문 금액 20,000원 이상부터 무료고, 최대 2,500원까지 부과한다. 상품을 직매입했기 때문에 판매 가격도 배달의민족 측에서 조정할 수 있다. 상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편의점보다는 저렴하고, 대형마트와는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밝혔고, 이커머스에서 진행하는 특가 할인 등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매출 규모가 확대되면, 바잉 파워를 확보를 통한 가격 인하는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SKU: 3,000여개 수준,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부족
배민마켓은 운영 당시 1,500종의 상품을 취급했으나, B마트를 런칭한 2020년 1월 기준으로는 2배 가량 늘린 3,000여개 SKU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2인 가구를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구색의 50% 이상을 HMR 및 간편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한 1인가구는 신선식품을 벌크로 구매했을 때 보통 버리는 양이 많기 때문에, 이를 소포장으로 판매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취급하는 채소 종류는 많지 않다. 냉동 채소를 제외하고 채소 카테고리에 있는 상품 개수는 19개에 불과하다. 향후 정육, 수산 등 식자재도 일부 판매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간편식,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이 주력 품목인 것으로 파악된다.
점포수는 18개 Dark store로 운영 중
B마트의 물류센터는 기존 배민마켓 운영 시에 활용했던 송파 물류센터를 기점으로 서울 16개, 인천 2개 점포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본 물류센터는 오프라인 고객은 받지 않고 재고만 보관하는 Dark store 형태로, 운영 규모는 80~100평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B마트 물류센터는 시내의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위주로 운영 중으로, 최근 대형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쿠팡과는 다른 행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당사가 서울 시내 B마트 점포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이륜차의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자리로 파악됐다.
배송 인력은 17,000여명 수준
2019년말 기준 배달의민족 배송 인력은 총 17,013명으로, 각각 전속 계약(및 지입제)인 배민라이더와 파트 타임 인력인 배민 커넥터로 구분되어 있다. 배민라이더 수는 2,283명, 배민커넥터 수는 14,730명으로, 합치면 CJ대한통운의 18,000명에 준하는 수준이다. 배민라이더는 이륜차 배송이 가능하지만, 배민커넥터는 도보, 자전거,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도 다르다. 2019년 하반기만 월 평균 2,600명씩 배민라이더와 배민커넥터 신규 계약이 늘어나고 있어, 배송 캐파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인력 추이
자료: 우아한형제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배민커넥터 인력 추이
자료: 우아한형제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물류 자동화는 숙제
B마트는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물류 자동화는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추정하며, 실제로B마트 점포 아르바이트 후기를 살펴 보아도 모두 매뉴얼 피킹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점포 아르바이트 후기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은 1)물품 피킹, 2)장바구니 포장(패킹), 3)물품 입고, 4)선반 진열, 5)재고 조사 등의 5가지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중 피킹과 패킹, 진열은 주로 단기 아르바이트 생들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이 들어오면 영수증에 주문 상품 위치가 찍혀 나오고, 이것을 바탕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이 B마트 점포 안 선반들을 돌아다니며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아오는 작업을 진행한다.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들은 각각 냉동, 냉장, 상온별로 나눠지고, 냉동 상품은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아이스팩에, 냉장상품은 보냉팩에 포장된다. 이를 친환경 비닐봉투로 한데 포장해 라이더에게 전달하면 물류센터 작업이 완료된다.
문제는 B마트 배송이 1시간 이내이므로, 이 모든 과정을 1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데에 있다. 도심 내 이륜차 배달 시간을 평균 30분으로 잡을 시 30분 안에 피킹과 포장을 마쳐 라이더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날 때는 피킹 속도가 빨라질 수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아르바이트생을 늘린다 하여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많은 인원이 피킹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경우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의 피킹이 자동화 되어있는 상태다.
라이더 확보 또한 과제
국내 음식 배달앱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3조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는 5년동안 30배나 성장한 수치다. 더불어 올해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해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배송인력인 라이더 확보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B마트는 현재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를 통해 배송하고 있고, B마트 배달 건을 우선 추천해주는 전담 라이더 제도 또한 운영하고 있다. B마트 전담 라이더는 기본적으로 B마트 배달 건이 우선 추천되지만, 그 외에 일반 가게 콜도 일부 노출돼 처리할 수 있다.
모바일 음식 서비스 시장 규모
자료: KOSIS,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액: 2020년 1월 YoY +73%
자료: KOSIS,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B마트 주문을 처리했을 때의 이점은 1)대기 시간이 짧고, 2)배달 품목 변질에 대한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통상 식당 음식 배달은 음식이 조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B마트는 직원의 피킹과 포장만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또한 배달 음식은 면이 불거나, 음식이 식거나, 국물이 흐르는 등의 이슈가 있으나, B마트 물품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라이더들에게 덜 부담이다. 이렇다 보니 라이더들이 일반 식당 주문 수행보다 B마트 주문 건을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되고, 이는 음식점 점주들의 배달을 수행할 인력 캐파의 부족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에 배달의 민족은 최근 음식점 주문 배달 수행 배민라이더스를 확보하기 위해, B마트 전담을 배민커넥터 위주로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배달앱 플랫폼별 사용자 및 중복 사용자 현황
자료: IGAworks, 모바일인덱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주: 2019년 11월 MAU, 안드로이드 OS 기준
배달팁 지원 또한 과제
배달의 민족은 광고 및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배달팁은 결국 고객이 지불한다. 음식점이 선택한 배달대행 방식에 따라서 배달팁 수준이 정해지고, 배달팁이 너무 비싸면 고객의 유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배달팁 중 일부를 식당 경영주가 부담하기도 한다. 또한 프로모션 기간에는 배달의민족에서 배달팁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객과 라이더(또는 라이더가 속한 대리점) 간의 부담하는 금액이므로 배달의민족의 비용 부담은 제한적이다.
반면 B마트는 배달의민족이 화주다. 현재는 B마트 런칭 초기 기간으로 배달팁 지원 프로모션을 하고 있고, 이는 배달의민족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 마케팅 비용 출혈이 있을 수 밖에 없고, 향후 배달팁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저항을 소멸시키는 것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B마트는 주문 금액이 2만원 이상이어야 배달팁이 무료이므로 향후 장바구니 사이즈가 커질 가능성이 큰데, 이륜차는 안전 상의 이유로 한 대당 적재 가능한 부피 및 무게 제한이 존재한다(통상 30x45x30cm, 10kg 이내까지). 이를 초과할 시 무게 중심 유지가 어려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B마트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륜차 배송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는 방식과 대치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